검증 대상
지난 3월 16일, 성공회대학교에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되었습니다. 성별, 장애유무, 나이 등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일각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이 성범죄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찐(眞)여성주권행동>은 지난 3월 18일, "실제로 성중립화장실(모두를 위한 화장실) 정책을 우리나라보다 앞서 설치한 국가들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중립화장실 내 성폭력 문제로 인해 이를 폐쇄하라는 여성들과 학부모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성중립화장실 정책을 우리나라보다 앞서 설치한 국가들의 성중립 화장실 내에서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했을까요?
관련 링크
검증 방법
1. 메사추세츠 주에서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갈 있게 한 법안'이 통과되기 전과 후의 범죄율 차이를 조사한 연구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Hasenbush, A., Flores, A.R. & Herman, J.L. Gender Identity Nondiscrimination Laws in Public Accommodations: a Review of Evidence Regarding Safety and Privacy in Public Restrooms, Locker Rooms, and Changing Rooms. Sex Res Soc Policy 16, 70–83 (2019). https://doi.org/10.1007/s13178-018-0335-z
2. 성공회대에 설치된 화장실의 구조를 따져본 후, 성명문에서 모호하게 구분한 '성중립 화장실'과 '남녀공용화장실'을 다시 구분했습니다.
성중립 화장실의 설치를 위한 움직임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빈도가 현저히 낮고, '범죄가 일어나지 않음'에 대한 연구나 자료는 많지 않았습니다.
자료가 많지 않았다는 것 역시 성명문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폭력'을 부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것입니다.
검증 내용
1) 메사추세츠 주의 사례를 소개하는 연구자료
메사추세츠 주에서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갈 있게 한 법안'이 통과되기 전과 후의 범죄율 차이를 조사한 UCLA 로스쿨의 연구자료입니다. 연구자료에서는 법안이 통과되기 이전과 이후의 범죄율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통계를 밝히고 있습니다.

Hasenbush, A., Flores, A.R. & Herman, J.L. (2019). Gender Identity Nondiscrimination Laws in Public Accommodations: a Review of Evidence Regarding Safety and Privacy in Public Restrooms, Locker Rooms, and Changing Rooms. Sex Res Soc Policy 16, 70–83. https://doi.org/10.1007/s13178-018-0335-z
2)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남녀공용 화장실의 차이
성공회대에 설치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여러 칸에 사람이 동시에 나눠 들어가는 형태가 아니라, 방 하나로 되어있는 1인실 구조입니다.
공간을 확보하여 활동보조인과 함께 들어가야 하는 장애인,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영아 동반자, 그리고 성소수자도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찐(眞)여성주권행동>에서는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근거로 성중립 화장실에서 성범죄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시 강남역 화장실은 '성중립 화장실'이 아닌 '남녀공용 화장실'이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https://twitter.com/APR_IN_SKHU/status/1504048167629000706?s=20&t=dVUyeKIEXYPPUYes2p_Ttw
3) 안전을 위한 조치들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서는 내부 비상벨, 안에 사람이 있을 경우 밖에서 열리지 않는 시스템의 도입 등을 통해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