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팩트체커 이해림 씨의 취재 결과입니다.
구글링만으로는 묘비 사진의 출처를 찾을 수가 없어, 버나드 쇼 사후, 그의 시신을 화장한 재가 뿌려졌다는 ‘Shaw’s Corner’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문의해 보았습니다. 만약 묘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Shaw’s Corner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묘비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 속 묘비가 ‘Shaw’s Corner’에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물었더니, ‘그런 묘비는 Shaw’s Corner 정원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International Shaw Society’에 문의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International Shaw Society 2004년에 미국에 설립된 비영리법인입니다. 버나드 쇼와 관련된 각종 자료와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https://shawsociety.org/)
이곳에 버나드 쇼의 유명한 구절과 원문을 기록하는 전문 블로그가 있습니다.
여기에 문제의 묘비명 'I knew if I wait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을 다루는 글은 없었습니다. 이에 이메일을 통해 블로그 운영자에게 직접 문의했습니다. 블로그 운영자는 Gustavo A. Rodriguez Martin라는 이름의 스페인 Extremadura 국립대학 조교수이고, 버나드 쇼에 관한 논문을 쓴 적 있습니다.
답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버나드 쇼의 묘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버나드 쇼는 사후 화장되었고, 그 재는 Shaw’s Corner 잔디밭 위에 뿌려졌다. 묘지가 없으니 묘비도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에서 찾은 버나드 쇼의 묘비 사진은 가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버나드 쇼의 데이터베이스(버나드 쇼의 전체 희곡, 소설, 서문, 드라마 비평, 편지, 이외 버나드 쇼에 관한 수백개의 서적)를 살펴보았을 때, 버나드 쇼가 실제로 'I knew if I wait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라는 문장을 쓴 적이 있음을 증명할 근거가 없다. ( 버나드 쇼가 쓴 문장 중 하나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인 것으로 잘못 알려졌을 가능성도 낮음)
이는 곧 쇼가 해당 문장을 쓰거나 말한 적 없음을 의미한다. 묘비가 없으니 묘비명으로 적혀 있는 문장도 아니다. 간결하고 재치있는 경구의 원본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이것이 버나드 쇼나 오스카 와일드, 또는 마크 트웨인의 말인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 역시 이런 경우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
버나드 쇼는 유명 극작가로, 그가 사망 직전까지 살던 Shaw’s Corner은 관광지화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버나드 쇼의 묘비가 등장하는 이미지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해당 묘비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실제로 존재했다면 다른 각도에서 찍은 이미지가 구글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해당 문장의 원문 출처를 버나드 쇼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버나드 쇼의 전체 희곡, 소설, 서문, 드라마 비평, 편지, 이외 버나드 쇼에 관한 수백개의 서적)에서 찾을 수 없다.
버나드 쇼는 사후 화장되어 Shaw’s Corner 정원에 그 재가 뿌려졌다. 묘지가 없으니 묘비가 없고, 따라서 묘비명도 없다.
버나드 쇼의 묘비/묘비명은 실제로 존재할까? 아닐 가능성이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