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팩트체커
2021.10.31
미국 중앙은행 Fed는 '고용안정'을 '우선순위'로 둔다?
검증 대상

지난 9월 27일, 이재명 캠프 정책조정실장 최배근 교수는 KBS 라디오에 나와 코로나 경기 부양에 대한 한국은행의 소극적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최 교수는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비판하며, 미국 중앙은행 연준은 고용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발언합니다. 그는 “2년 전에 그렇게 바뀌었다”라는 사회자의 발언에 동의하면서 고용안정이 우선순위 물가안정이 후순위로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 교수는 고용 안정은 일반 사람들의 일자리, 물가 안정은 금융 자본의 이해를 반영한다며 미국처럼 한국은행 목표에 고용 안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자와 최배근 교수 말대로 정말 미국 중앙은행은 2년 전부터 고용을 우선순위로 두기 시작했을까요?

 

관련 링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87515

선정 이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는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특히 이번 대선의 키워드가 보편적 복지vs선별적 복지인만큼 중앙은행이 화폐를 어떤 근거로 얼마나 발행하게 할 것인지의 문제는 초미의 국가적 관심사입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목표라는 것은 일반 시민들에게 잘 와닿지 않는 주제입니다. 복지의 핵심이 재원마련이라는 점은 모두가 알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어렵고 전문적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내용이 어려울수록, 언론의 검증은 줄어들고 시민들은 전문가의 말을 쉽게 믿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배근 교수는 건국대 경제학 교수로 경제 분야에서 상당한 권위자입니다. 게다가 그는 거대 여당 대통령 후보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따라서 그의 말에는 일반 전문가 수 배 이상의 권위와 책임이 뒤따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최배근 교수의 KBS라디오 인터뷰는 당일 조선일보, 서울경제 등 기성 언론을 거치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들로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사실인지 검증하는 기사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통화정책 목표(어쩌면 이번 대선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할 수도 있는)에 대한 대통령 후보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권위자의 말은 반드시 검증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증 내용

최배근 교수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한국은행법에 ‘고용안정’이라는 목표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최 교수가 총괄하던 이재명 후보의 경제 정책은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앙은행 목표에 고용안정이 추가되면 상대적으로 돈을 찍어내기 용이해집니다.  최 교수는 이러한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미국이 고용안정을 우선순위로 둔다는 주장을 한 것인데, 과연 사실일까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중앙은행의 ‘목표’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국가의 중앙은행법은 중앙은행이 추구해야 할 ‘목표’를 제시합니다. 어떤 목표를 추구할 것인지는 조심스럽게 설정해야 합니다. 경제 변수들은 서로 상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목표를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실업이 증가할 수도 물가가 대폭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경우, 한국은행법 1조 1항에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1조 2항에서 금융안정에 유의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물가 안정을 1항으로 금융안정을 2항으로 분리한 이유는 물가 안정을 '우선순위'로 상정하기 때문입니다. 즉, 금융안정은 물가 안정이 달성되는 범위에서 '후순위'로 달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제 최배근 교수의 발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이 고용안정을 “우선순위”로 물가 안정을 “후순위”로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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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중앙은행, Fed가 고용안정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우선순위를 “어떤 것을 먼저 차지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만약 최 교수의 발언대로 미국 중앙은행 연준(이하 Fed)이 고용안정을 우선순위로 물가안정을 후순위로 상정한다면, 고용안정을 물가안정보다 “먼저 차지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목표로 규정한다는 뜻이겠지요. 정말 사실인지 미국 중앙은행법 Federal Reserve Act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중앙은행법 2A조에서는 통화정책의 목표를 “최대고용(Maximum employment), 물가안정(stable prices) 그리고 안정적인 장기 이자율(moderate long-term interest rates)”로 규정합니다. 그렇다면 최대고용이 물가안정 앞에 등장하니까 최 교수의 주장이 사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최대고용’이라는 말이 ‘물가안정’보다 앞서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Fed가 ‘최대고용(고용안정)’을 ‘물가안정’보다 우선한다는 독해는 틀렸습니다. 왜냐하면 당사자인 Fed가 그렇게 해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Fed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ed의 통화정책 목표가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Dual mandate”라고 천명합니다. Dual mandate, 복수 책무라고도 번역하는 Fed의 목표는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독특한 제도입니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법에 세 가지 목표가 등장했던 것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Dual mandate의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을 우선순위로 안정적인 장기 이자율을 후순위로 둔다면 올바른 표현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대고용을 우선순위로 물가안정을 후순위로 둔다는 해석은 틀렸습니다. Fed는 둘 중에 어느 하나를 “우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년 전에 이렇게 바뀌었다는 주장도 당연히 성립하지 않습니다.

2. 1946년 고용법에 Maximum employment가 포함됐기에, 미국 중앙은행이 ‘고용안정’을 우선순위로 둔다?

필자는 Fed의 Dual mandate를 근거로 최배근 교수에게 잘못된 주장을 한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습니다. 최 교수는 ▲대공황을 겪고 나서 1946년 고용법이 만들어지며 Maximum employment가 등장했고 ▲그 법을 통해 “(고용안정을) 물가 안정보다 우선시하는 법적인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Maximum employment를 stable prices 앞에 배치한 것은 이러한 맥락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1946년 고용법에 Maximum employment가 등장했기 때문에 21세기 미국 중앙은행이 ‘고용안정’을 우선순위로 둔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이 공식적으로 중앙은행 목표를 제시한 것은 1977년 연방준비제도 개혁법(Federal Reserve Reform Act of 1977)부터 입니다. 최 교수가 근거로 제시한 1946년 고용법은, 미국 중앙은행 목표가 제시되기 한참 전의 일입니다.

물론, 1946년 고용법의 영향으로 maximum employment가 1977년 연방준비제도 개혁법에 도입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미국 중앙은행은 고용안정을 우선순위로 추구한다는 주장의 좋은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미국 중앙은행은 1977년 미국 중앙은행 목표가 처음 제시된 이후부터, 고용안정보다 물가안정을 적극적으로 오랫동안 추구했습니다.

1981년, 미국 중앙은행 총재 폴 볼커는 국회 청문회에 나가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완전 고용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 고용안정을 물가안정만큼 신경쓰지 않냐는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입니다. 그는 높은 실업률을 감내하면서도 강력한 물가안정을 추구했던 Fed 총재로 유명합니다.

Fed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때부터 Fed는 물가 안정을 꾸준히 추구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용안정을 물가안정과 함께 추구해야한다는 ‘Dual mandate’에 대한 이야기는 1990년대 중반까지 등장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물가 안정 목표를 강화시켜야 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적어도 Fed가 '고용안정'을 우선순위로 두고자, 1977년 연방준비제도개혁법을 통해 Fed 목표를 설정했던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결론적으로 1946년 고용법에 maximum employment가 등장했기 때문에 → 1977년 제시된 Fed 목표에 maximum employment가 stable prices보다 앞에 배치됐고 → 이것이 '미국 중앙은행 Fed가 고용안정을 우선순위로 둔다'의 근거라는 주장은, 1977년 이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중시한 미국 중앙은행의 행태를 보면 성립할 수 없는 주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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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미국 연준은행 총재 프레드릭 미쉬킨은 그의 유명한 “Monetary Policy and the Dual Mandate”라는 연설에서 이렇게 발언합니다.

“... 이러한 목표는 dual mandate라고 불립니다. 이는 Fed는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개의 동등한 목표(coequal objectives)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시민에게는 우선순위면 어쩌고 동등한 목표면 어쩌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목표를 새로 추가한다는 것은 경제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쉽게 대충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 대선의 키워드가 '복지'라면 더 그렇습니다. 특히, 권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관련 발언에 조심해야겠지요. 설령 그것이 실수였다 할지라도 그의 발언은 지지자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필자와의 통화 이후 최배근 교수가 다른 매체와 새로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고용안정을 “우선순위”가 아닌 “첫째 목표”라고 완화해서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글 = 김지우 팩트체커
Joomkiwi@gmail.com

판정 결과
미국 중앙은행 Fed는 'Dual mandate', 복수책무를 내걸고 있다. 고용안정과 물가안정은 어느 하나가 우선순위를 부여받을 수 없는 동등한 목표(coequal objectiv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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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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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미국 중앙은행 2A조 : 통화정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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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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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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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1977년 연방준비제도 개혁안에 대한 Fed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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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Monetary Policy Oversight : Senate Hearings, Federal Reserve's First Monetary Policy Report for 1981 : Hearings Before the Committee on Banking, Housing, and Urban Affairs, United States Senate, Ninety-Seventh Congress, First Session | FRASER | St. Louis Fed

Monetary Policy Oversight : Senate Hearings, Federal Reserve's First Monetary Policy Report for 1981 : Hearings Before the Committee on Banking, Housing, and Urban Affairs, United States Senate, Ninety-Seventh Congress, First Session by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U.S.), United States. Congress. Senate. Committee on Banking, Housing, and Urban Affairs

https://fraser.stlouisfed.org/title/monetary-policy-oversight-671/federal-reserve-s-first-monetary-policy-report-1981-22310

1981년 연준 총재 폴 볼커의 국회 청문회 증언 
(관련 발언 pg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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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팩트체커
2021.10.31
Monetary Policy and the Dual Mandate

Thank you for inviting me to talk with you today. 1 I would like to direct my remarks to the macroeconomic mission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I wish t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speech/mishkin20070410a.htm

미국 연준 총재 Frederic S. Mishkin의 Dual mandate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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