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과정 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란 무엇인가
'전 과정 평가'는 제품 혹은 시스템의 전과정에 걸친 투입물과 배출물을 정량화하는 환경영향평가 기법이다. 최근에는 특정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중립이 전세계 환경의 화두가 되면서 특정 제품이 제조단계부터 이용까지 배출하는 탄소 혹은 폐기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는 일이 많다.
예를 들면 수산업계에서는 특정 어업방식별(외끌이기저, 쌍끌이기저 등)로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전과정평가를 통해 측정한다. 자동차업계에서도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의 정확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 연료 생산과정에서부터 운행까지 들어가는 탄소량 혹은 에너지량을 전과정평가를 통해 측정한다. 다만 측정방식이 아직 통일되지 않아 측정 주체별로 결과가 약간 상이하게 나올 때가 있다.
자동차 전 과정 평가(LCA) 적용하면 전기차도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7년 12월 30일 발행한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정유과정·연료의 수송 및 분배과정·자동차 운행과정을, 전기차는 발전과정·송배전·자동차 운행과정을 포함해 국내 각 차종별 1km 주행시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한 결과, ▲휘발유차 202.361 ▲경유차 210.535 ▲LPG차량 174.581 ▲전기차 107.877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방식의 측정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도 진행된 바 있다. 환경부는 2015년 6월 24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연료 생산 단계부터 차량 운행까지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전 과정 평가(LCA, Life Cycle Analysis: 연료공급단계(원유추출, 원유수입, 석유정제, 국내분배) + 자동차운행단계)를 실시한 결과, 친환경차의 배출량이 내연차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의 탄소배출량이 적지 않은 이유는 전기차를 움직이기 위한 전기를 생산할 때 화력발전소 등이 이산화탄소를 만들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차 운행과정에서는 탄소배출양이 0이다.
서울대 송한호 교수 연구진이 2011년 5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연료별·차종별 온실가스 배출량 기초자료를 구축해 분석한 결과, 차종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기차 94g/km, 하이브리드차 141g/km, 경유차 189g/km, 휘발유차 192g/km 순으로 나타났다.
LCA적용해도 온실가스 저감 효과 높아
이 같은 연구는 탄소배출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에서도 진행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2017년 10월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VUB 대학교가 차량과 배터리 제조 공정, 연료 소비 등을 포함해 생애주기에 걸친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를 경유차와 비교한 결과, 2030년까지 평균 절반일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폴란드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가 경유차의 4분의 3 수준으로 추정된 반면 유럽 최대 청정에너지 국가인 스웨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규모가 85%에 이르렀다. 국가별 발전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것이다.
또 2020년 4월, 유럽 교통 전문 NGO인 교통과환경(T&E)은 유럽연합 내 전기차는 어떤 전력을 사용해도 내연기관차보다 3분의 1 수준의 이산화탄소만 발생시킨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0g이지만 디젤차는 이에 2.6배, 휘발유차는 2.8배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관련 규칙에 따라 2025년부터 자동차 제조사는 LCA에 기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배출규제가 단순히 운행 중 배출가스만이 아니라 자동차 생산, 이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일본은 2030년 LCA 기반 규제 도입을 확정했고, EU(유럽연합)과 중국도 LCA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한국 정부 역시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2030년까지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지금보다 24% 줄이기로 했다. 2020년 ㎞당 97g이었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89g으로 낮추고, 2030년에는 70g으로 줄일 계획이다.
지난 2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283만대, 2030년까지 785만대의 친환경차를 보급할 계획이며, 정부 차원의 자동차 전주기 온실가스 평가체계(LCA), 배터리 전 수명 품질 적합성 기준 도입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앞서 지적했듯이 일부 전과정평가에서는 특정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송한호 교수가 지난 5월 한국자동차공학회 오토저널 제43권 제5호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LCA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해봤더니, 테슬라 모델X는 아반떼 1.6 가솔린 모델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위 평가에서는 테슬라 모델X의 발전소단계에서의 탄소배출이 매우 높게 나왔다. 조사방식을 통일하고 정교화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리하면, ‘전기차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주장은 연료공급단계를 포함한 자동차 전주기 온실가스 평가체계(LCA)를 적용하면 대체로 사실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친환경’이 아니라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 LCA를 적용해도 기존 내연기관차량보다 최소 절반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발전원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효과는 늘어난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전기자동차도 연료인 전기를 만들 때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