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팩트체커
MBC
2021.07.08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성, 남성들이 성추행범으로 몰릴까봐 아무도 돕지 않았다
검증 대상

 

1. 사건 당시 주위에 있던 남성들이 아무도 돕지 않았다는 커뮤니티 글이 사실인지

2. 위 커뮤니티 글을 그대로 인용한 기사들의 취재 내용이 사실인지

3. 공공장소에서 쓰러진 여성을 돕기 위해 신체 접촉했을 때 성추행범이 될 가능성이 높은지

 

관련 링크
선정 이유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쓰러졌는데 주변 남성들이 돕지 않았다며 쓰러진 여성이 짧은 바지를 입고 있어서 ‘성추행범으로 몰릴까봐 그런 것 같다’는 취지의 글 이었습니다. 글쓴이는 “결국은 나이 드신 아줌마랑 젊은 여성분들이 들어서 밖으로 나갔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해당 글에는 ‘여자가 쓰러져도 도와주면 안된다’는 식의 댓글이 달렸고, 수많은 언론사가 해당 커뮤니티 글을 기사화했습니다. 이 커뮤니티 글을 최초로 기사화 한 <핫팬츠 女승객 쓰러졌는데 남성들 외면…3호선서 생긴 일 '시끌'> 보도를 시작으로, 피해자를 ‘핫팬츠녀’로 명명하며 ‘남성들이 외면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이렇게 다수 언론이 보도한 커뮤니티의 게시글 내용은 대부분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과 댓글을 기정 사실화해서 작성한 기사들이었습니다.  정말인지 팩트체크했습니다.

검증 방법

1. 사건의 119 최초 신고자 및 해당 역사 역무원 직접 취재

2. 성범죄 전문 변호사 취재
: 변호사 자문을 통해 해당 사건처럼 공공장소에 쓰러져있는 여성에게 신체 접촉을 했을 때 성추행이 될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판정 결과
남성들이 쓰러진 여성을 돕지 않았다는 '커뮤니티글'과 이를 여과없이 인용한 '기사'들도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검증 내용

1. 사건의 119 최초 신고자 및 해당 역사 역무원 취재

사건이 일어났던 지하철 역에 직접 가 당시 출동했던 역무원을 취재했습니다. 해당 역무원이 설명은 당시 상황은 기사화된 커뮤니티 글의 내용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출동한 역무원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스스로를 의사라 밝힌 ‘남성 승객이 제일 적극적으로 도왔고 여성 승객들도 많이 도왔다’며 남성인 본인도 응급처치를 위해 해당 여성분의 팔목을 주물러줬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역무원은 사건을 기사화한 보도들이 쓰러진 여성을 ‘핫팬츠녀’라 지칭한 것에 대해서도 반바지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핫팬츠라 표현할 정도의 복장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사건을 최초로 119에 신고했던 여성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몰려와서 괜찮냐고 물어봤다’며 “(쓰러진 여성의) 목좀 받혀 주세요라고 하니까 앞에 남자분이 목을 받쳐줬고, 여성을 옮긴 것도 남성 두명과 여성 한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쓰러진 여성의 복장에 대해서는 반바지를 입긴 했으나 “핫팬츠는 전혀 아니었고 무릎정도 기장이었다”며 “장화가 엄청 길어서 성추행으로 의심 받고 그럴 복장은 전혀 아니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남성들이 돕지 않았다는 커뮤니티의 글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으며, 성추행 의심을 받을 만한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상당수 언론이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커뮤니티 글을 기사화하며 쓰러진 여성을 ‘핫팬츠녀’라 각색까지 한 것입니다.

또, 상당수 언론이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성추행 무고죄 사례를 집어넣어 ‘쓰러진 여성을 돕다가 성추행범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2. 변호사 취재

법무법인 봄온의 채우리 변호사는 이 사건을 두고 “개방된 공간에서 벌어졌고 지하철의 경우 다수의 목격자나 CCTV를 통해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며 “단순히 위급한 상황에서 타인을 도우려다 불가피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해서 형법상 강제 추행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강제 추행으로 입건되려면 “구체적인 행위의 경위, 주위의 객관적 상황도 고려한다”며 “위급한 상황에서 타인을 돕는 행위가 법적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법무법인 온세상 설현섭 변호사 역시 해당 사건이 “성추행으로 처벌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라며 “그 상황과 여성의 상태, CCTV나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해당 사건은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성추행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해당 사건을 기사화한 언론들은 커뮤니티에 글 작성자가 ‘성추행범으로 몰릴까봐 그런 것 같다’고 주관적으로 추측한 것을 인용해, 쓰러진 여성을 돕다가 성추행범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보도를 했습니다. MBC 알고보니팀에서 확인한 관련 기사 30여 개 모두가 해당 사건을 ‘성추행’과 관련해 보도했습니다.

 

팩트체커가 정리한 기사
[알고보니] 승객 도운 미담은 어디가고…'지하철 핫팬츠녀'?

◀ 기자 ▶ 알고보니 시작합니다.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일요일 올라온 글입니다. 지난 3일, 지하철에서 '짧은 반바지' 차림의 여성이 갑자기 쓰러졌는데 남성들은 아무도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284590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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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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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팩트체커
MBC
2021.07.09

MBC<알고보니>팀과 구조에 참여한 사람들 인터뷰

 

◎ 119 최초 신고자

질문) 당시 상황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제가 옥수역에서 압구정역으로 가는 중이었거든요 3호선. 앉아있는데 제 앞에 계신 분이 제쪽으로 쓰러지시더라구요. 너무 놀래서 괜찮으시냐고 엄청 많이 몰렸어요. 남녀노소 할 거 없이. 괜찮으세요? 이랬는데 신고를 해야할거 같아서 119에 신고를 했고요. 119에 신고를 하는데 어떤 남자분이 “밖으로 옮겨야할 것 같은데요” 하는걸 들으면서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119 구조대원 분들이 “밖으로 옮겨야 자기들이 온다”고 해서 ‘밖으로 옮겨달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니까 몇 명이 옮기려고 하더라구요. 근데 제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 당시에. 목을 아무도 안 받쳐주시길래 “목좀 바쳐주세요” 라고 하니까 앞에 남자분이 목을 받쳐 주셨어요.

제가 봤을 때는 앞에 남자분 두명이랑 여자 한분이 끌고 옮기고 있었고, 그 이후에는 저는 나와서 역무원에게 “제가 최초 신고자”라고 해서 번호 남기고 혹시 머리를 부딪혔는지 물어보시길래 그런 것 얘기했어요. 그 글에는, 분명 쓰러지자마자 진짜 모든 사람들이 몰려와서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그 부분을 빼고 사람들이 방관한 것처럼 글을 쓰셨더라구요. 저는 그걸 보고 어이가 없었어요.

그 커뮤니티 글에 나온 맞은 편 앉아있던 여자분이 저거든요? 제가 부축을 한 것처럼 말하는데 한 손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축을 할 수는 없었어요. 한 손으로 사람을 옮길 수는 없으니까. 처음 올라오는 글은 못 보고 두 번째 글만 봤거든요? 두 번째 글에서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길이라고 하는데 기사에서는 핫팬츠로 났으니까. 사실 핫팬츠는 전혀 아니었고 그 분이 두 번째 글에 쓰신 거처럼 무릎 정도 기장이었고. 그 분이 키가 크고 다리가 기셔서 그렇지 그리고 장화가 엄청 길어서 성추행으로 의심받고 그럴 복장은 전혀 아니었어요. 왜냐면 그냥 다리 붙잡고 옮기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옮기는데 사람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고 선 뜻 안 나서신 분들은 선뜻 나서기 어려워서 그랬지 성추행 때문에 그런 것처럼 보이진 않았거든요 제 눈에는.

질문) 커뮤니티 글 보니까 여성분이 놀라서 신고하고 다음 정차역에서 승무원 도움을 받았다. 사지 들고 옮겨야 하는데 많은 남자분들이 머뭇거렸다는 내용이던데요?

답변) 근데 일단 쓰러지자마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달려와서 남자분들도 그 여자분 두드리면서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했고. 머뭇거린 기억은 없어요. 제 기억 상으론.

질문) 정리해보면, 처음에 남녀할 거 없이 도왔고, 남성 두 분에 여성 한분이 옮겼고. 그 후에는 쓰러지신 분이랑 같이 계셨단 말씀이죠?

답변) 네네. 저는 119가 올 때까지 계속 기다린 거 같고. 역무원들이랑 얘기하고 압구정역에서 좀 이따가 역무원 분들이 가셔도 된다고 하셔가지고... 가는데 그 분이 울고 계셨어요. 쓰러지신 분이 막 손이 안 움직인다고 그래가지고.... 와중에도 저한테 감사하다고 그러더라구요.

질문) 남성분들이 지하철에서 역으로 내리는데 도와주시고 그 후에는 가신거죠?

답변) 네 그분들은 그냥 지하철 타고 가신거 같아요.

질문) 쓰러졌을 때 사람이 많이 있었어요?

답변) 많았어요. 엄청 많았어요.

◎ 현장 출동 역무원

질문) 신고를 받고 출동하신건가요?

답변) 역무실 안에 있는 무선 통화장치라는 게 있어요 거기서 관제랑 열차랑 무선을 하는 걸 역무실에서 저희가 들었고 CCTV를 확인해본 결과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일단은 내려왔어요. 승강장으로 달려서 응급환자가 있다고 하니까 저쪽 편에서 쭉 달려와서 보니까 여기에 환자분이 쓰러저 계셨어요. 급한 상황이라서 CCTV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고요 제가 도착했을 때는 열차 승무원 한 분 이 계셨고 남성분 한 명이랑 환자분, 여성 두 분 계셨어요

질문) 남자들은 피해있고 여성들은 결국 끌어내렸단 말이 있는데 그 부분이 사실인가요?

답변) 제가 열차에서 끌어내리는 장면을 확인하지 못해서 그건 확신할 수 없고요 제 생각에 도착했을 때 남성분이 의사라고 하셨는데 제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계셨고 옆에 여성분들도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어요 (의사분이셨어요?) 의사라고 하셨어요

질문) 어떤 조치를 하셨나요?

답변) 일단 기절했던 상황이어서 머리나 어디를 부딪혔을 때는 옮기지 못하게 되어있으니까 이 자리 그대로 응급처치를 했어요. 제가 도착했을땐 의식이 있었고 손발이 저리고 쓰러질 때 기억이 없다고 하셨어요. 일단 의식 확인을 하고 손발이 저리시다고 하니까 숨도 잘 안 쉬어진다고 장화를 신고계셨는데 장화를 탈의하고 여성분이 되게 심리적으로 불안정하셨어요. 울고 그러시길래.. 다른 지인분한테 담요랑 물 좀 가져다 달라 해서 가져와서 여성분을 덮어드리고 계속 말을 걸었어요. 여성분이 손발이 저리다고 하시길래 제가 “주물러 드려도 될까요” 라고 허락 하에 제가 팔목을 조금 주물러 드렸던 것 같아요.

질문) 기사에 따르면 ‘핫팬츠녀’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복장이 어땠나요?

답변) 주관적인 거라서 좀 그렇긴 한데 조금 짧은 반바지지 핫팬츠나 저희가 야하다 이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그분 혼자 계셨던 거죠?) 네 혼자 계셨어요. 이후 119분들이 도착하셨을 때 의식이 거의 돌아오셨고 진단하셨을 때 과로로 이런 것 같다. 10분 정도 휴식 취하면 괜찮으실거다 하시고 병원 이송 의사를 물어보셨는데 가기 싫다고 하셔가지고 그럼 쉬다 가셔도 괜찮을 거 같다 그럼 저기 의자로 가셔서 쉬다가 가셨어요. 마침 마스크가 응급조치 상황이라서 바닥에 놓여 있길래 다른 지인분에게 부탁해서 새 마스크를 역무실에서 가져왔거든요. 그거 착용하시는 거 보고 다시 재차 의사를 물어봤어요. “괜찮으시겠냐” 했더니 “괜찮다 쉬다 가시겠다” 하셔서 저희는 혹시 “어지럽거나 이런 증상 있으면 역무실로 연락 달라”고 하고 저희는 복귀했어요.

질문) 기사들 난 것 보고 느낌이 어떠신지?

답변) 지하철에 있다가 보면 이런 일이 많은데 누구 하나 안 도와준 적은 없거든요. 제가 근무하면서.. 근데 이게 어떻게 기사가 이상하게 난 것 같은데 이런 일이 생겨서 다음에 같은 사건이 생겼을 때 다른 시민분들이 도와주는 걸 주저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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